본문 바로가기
캐빈크루

카타르항공 뉴조이너 기록 | 도하에서 첫 주말 | 2018년 10월

by 크루핼리 2023. 1. 14.

2018/12/05 작성

 

<대전 - 인천공항 - 카타르 도하 - 애비니쇼 트레이닝 시작 전 - 숙소 둘러보기>

 

벌써 집을 떠난 지 한 달이나 지났다. 블로그에 도하에서의 하루하루를 일기처럼 정리하고 싶었는데 매일매일이 너무 정신없이 흘러가서 이제야 도착하자마자 겪은 일을 포스팅한다.

 

 

 

집 떠나던 날
2018년 10월 말

내가 좋아하는 우리집 바깥풍경을 카메라와 내 눈에 오래도록 담고 떠날 준비를 했다. 단풍이 들어서 알록달록 예뻤던 놀이터. 지금은 눈이 쌓여있겠지.

 

 

 

 

 

대전 --> 인천 국제공항
 
뉴 조이너의 짐이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대전에서부터 아빠차로 3시간을 조금 넘겨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짐은 이민가방 2개, 수하물캐리어 2개, 기내용 캐리어 1개, 노트북가방 포함한 잡다한 작은 가방들 여러개... 짐이 정말 많았다.

나는 수속을 다 마치고 비행기 타기 전에 정장으로 갈아입을 생각이었기 때문에 운동복 차림으로 공항에 갔다. 엄마 아빠랑 한참 줄을 서서 겨우 카운터 앞까지 갔더니만은 지상직 직원이 '당장 옷을 갈아입고 오지 않으면 티켓을 줄 수 없다.'라고 했다. 

 

'아, 여기부터 시작이구나.'부랴부랴 정장을 꺼내 가까운 화장실로 가서 옷을 갈아입고 대충 화장을 했다. 혹여 비행기 시간에 늦을까 급히 서두르느라 최소 6개월간 보기 힘들 부모님과 제대로 된 작별인사조차 못했다. 

 

 

 

 

 

 

 

공항에 들고간 가방이 많았던 이유는 홈플러스에서 거하게 쇼핑을 했기 때문이었다. 한 달 반의 트레이닝 기간은 정신없이 흘러가서 제대로 끼니 챙기기조차 힘들다는 선배들의 후기를 보고 엄마랑 같이 홈플러스를 털다시피 카트에 온갖 음식들을 쓸어 담았다. 살면서 마트에서 카트 두대를 가득 채워보긴 처음이었다. 이날 식료품 구입에만 70만원을 썼다.

 

 

 

 

 

 

집에 와서 펼쳐보니 이렇게나 많았다. 하지만 가방에 다 넣고 무게를 재보니 무게초과라서 전부 다 카타르에 갖고 갈 수 없었다. 왕새우군만두 맛있었는데 카타르로 가는 동안 녹을까봐 집에서 가족들하고 먹었다. 같은 이유로 냉동밥도 시켜서 집에 있는 동안 다 먹었다.(맛있었다.)

 

 

 

 

 

카타르 도하 하마드 국제공항

아빠는 너처럼 짐 산더미로 싸가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했지만... 보세요 아버지, 한국인은 1인 2카트라고요. 진정한 여자라면 130키로 카트 두 대는 끌어줘야 하는 것.

 

 

 

 

 

나의 일터가 될 카타르항공 비행기 첫 탑승

밤새 날아 도착한 그곳은 이름도 낯선 카타르 도하. 

지상직 직원에게 한번 데였기 때문에 기내에서 하는 작은 행동 하나도 신경 쓰였다. 다른 조이너들은 붙어있는 자리를 배정받아서 두런두런 이야기도 나누던데 나는 혼자 손님들 사이에 앉았기 때문에 카타르로 가는 내내 긴장상태였다.

 

카타르로 가는 도중에 뉴조이너들한테 회사에서 내준 숙제-기내에서 선배 승무원들한테 이것저것 질문하기-도 해야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안 해도 되는 거였지만 갓 입사한 신입사원은 나를 뽑아준 회사 말이라면 일단 넙죽 엎드려 받드는 법이다. 나도 다른 조이너들이 우르르 갤리로 몰려갈 때 따라가서 종이에 몇자 받아 적었다. 

 

영화도 마음대로 못 보고 정자세로 앉아있는 내가 가엾었는지 크루 한명이 먼저 말을 걸며 긴장을 풀어줬다. 기내식도 이것저것 권해주고 편하게 영화 봐도 된다고 했다. 술도 마시겠냐고 물어봤는데 괜히 술 마셨다가 회사에 책 잡힐까 봐 거절했다. (정말 순진했다.)

 

그 크루 덕분에 조금 긴장이 풀려서 모아나도 재밌게 보고 기내식도 맛있게 먹었다. 오픈데이 다니는 동안 저가항공만 내내 타다가 카타르항공의 큰 비행기를 타니까 넘나 편안했다.(좌석은 좁았지만) 크루들도 친절하고 편안하게 대해줬다. 그들의 의 모습이 나의 미래 모습이겠구나 하며 잘 지켜보려고 애썼지만 비행기에서 잠들지 않기란 참 어려웠다. 

 

 

 

 

카타르 1일차

새벽 4시경, 카타르 도하 하마드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미 피곤에 찌든 몸을 어디 뉘이고 싶었지만 인솔자가 다른 나라에서 오는 조이너들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공항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저 안에서 네 시간 더 대기했다. 몸도 마음도 불편한 가운데 꼼짝없이 몇 팀을 기다려야 했다.

 

 

 

 

 

 

다른 나라에서 온 조이너들까지 다 모이자 인솔자가 모두를 이끌고 공항 내 어딘가로 갔다. 시키는 대로 서류 작성하고 또 한 번의 기다림 끝에 2000 리얄(약 65만 원)을 받았다. 회사에서 트레이닝 기간 동안 쓰라고 주는 용돈 같은 거다. 

 

 

 

 

 

 

뉴 조이너들은 인솔자의 안내에 따라 그룹 지어진 뒤 지정된 버스에 올랐다. 나는 Mansoura 구역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버스 타고 숙소로 이동하는 길에 저 낯선 표지판을 보고서야 '나 진짜 중동에 왔구나. 저 옷이 이곳의 표준이구나.' 실감했다.

 

 

 

 

 

숙소 도착

숙소 로비에서 요구하는 서류 제출하고, 하우징 오피서의 설명을 열심히 귀담아듣고 나서 다들 각자의 호실로 이동하는데 나만 안 불러줬다. 외로이 남아 멀뚱멀뚱 서있자 하우징 오피서가 명단을 재확인하더니 나를 데리고 건너편 건물로 갔다. 내 숙소는 이쪽이 아니라 맞은은편 건물이었던 것. (이때부터 심상치 않았던 회사의 일처리. 사실 조이닝 딜레이 시켰을 때부터... 흠흠...)

 

건물 출입은 카드키(회사 ID카드)로 했지만 내부는 모두 열쇠로 여는 문이었다. 도어록 쓰다가 다시 열쇠를 들고 다녀야 하다니.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기분이었다.

 

하우징 오피서가 내 숙소 문을 열려고 했는데 문이 안 열렸다. (첫날부터 쉽지 않았던 마이라이프 in 카탈)

 

왜 안 열렸냐면 나보다 하루 먼저 도착한 룸메가 안쪽 열쇠구멍에 키를 꽂아둔 채 쿨쿨 자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우징 오피서가 초인종을 마구 눌러대자 잠에 취한 러시안 룸메가 나왔다. 하우징 오피서한테 다시는 열쇠 꽂아두지 말라고 주의를 받은 그녀는 바로 다시 자러 들어갔다. 그래서 나는 룸메랑 인사도 제대로 못한 채 짐 풀기에 들어갔다.

 

 

 

 

 

 

방 안에 있던 웰컴팩 속 물품들

솔직히 이건 예상 못했기 때문에 좀 감동했다. 먹을 것도 챙겨주는구나. 먹을 거 정말 중요하지.

 

 

 

 

 

 

그밖에도 회사에서 이것저것 줬다.

식기, 냄비, 프라이팬, 조리도구 등등... 회사에서 생각보다 많은 것을 베풀어줬다. 덕분에 쇼핑걱정 한시름 덜었으나 그럼에도 사야 할 것은 많았다.

 

 

 

 

 

카타르에서 첫 장보기

공항과 단톡방에서 안면을 튼 뉴조이너 몇 명과 함께 택시를 불렀다.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카타르에 갔기 때문에 다른 분들의 말을 전적으로 따랐다. (아주 잘한 일) 그들을 따라 처음으로 장 보러 간 곳은 LULU. 인도냄새 많이 나는 마트다. 카타르에 익숙해지고 나서는 웬만해선 안 갔다. 

사람은 엄청 많은데 통로가 좁아서 이동이 힘들었지만 어찌어찌 무사히 쇼핑을 마쳤다. 회사가 준 2천 리얄 덕에 머리 아픈 환전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점이 좋았다. 

 

 

 

 



먼저 와서 편한 자리를 차지한 플랫메이트가 비워둔 자리가 내 자리였다. 한국에서 가져온 것과 새로 사 온 식료품으로 찬장을 채워 넣었다. 

(저 중에 대부분은 내 입으로 들어갔지만 다시다는 2년 후 저 모습 그대로 쓰레기통에 들어갔다. 한국에서도 요리 잘 안 하는 내가 중동에 간다고 요리를 할 거라고 생각하다니... 어리석었던 과거의 나.)

 

 

 

 

 

 

 

 

카타르는 석회물이라 피부와 머릿결에 좋지 않다고 해서 단톡방의 대세를 따라 필터를 샀다. 주방 싱크대는 구조상 필터 끼워지지가 않아서 듀벨에서 구입한 필터는 화장실에서만 쓰게 됐다. 

 

 

 

 

 

 

그런데 하루 만에 필터 색이 이렇게 변해버렸다. 1~2주에 한 개씩이면 된다는 얘길 들어서 많이 안 가져왔는데 정말 후회했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 나중에는 필터가 새까맣게 되어도 별 생각이 없어졌다. 필터를 아예 안 쓰는 사람들도 꽤 있었는데 다들 별 탈 없이 잘만 지내더라.

 

 

 

 

 

 

 중동살이 2일 차

둘째 날에도 LULU에 같이 갔던 멤버들과 같이 이케아에 갔다. 이케아는 도하 도심에서 꽤 멀어서 택시비가 좀 나왔다.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던 이케아. 바로 옆에 페스티벌시티가 진짜 쇼핑하기 좋은 곳이었는데 그때는 그걸 모르고 이케아에서만 쇼핑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별로 산 것도 없는데 낯선 분위기에서 긴장한 채 쏘다녔기 때문인지 정말 피곤했다. 시차 탓도 있었을 테고.

 

 

 

 

 

 

이케아에서 사 온 물건들로 화장대를 깔끔하게 만들어보고자 노력해 보았다.

 

 

 

 

 

 

 

벨라지오몰 첫 방문

이케아에서 사 온 거 짐 풀고오후에는 벨라지오 몰에 갔다. 10월 말이라서 날씨가 퍽 괜찮았다.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벨라지오 몰은 밋밋한 상아색의 1층짜리 건물이었다. 그래서 1도 기대하지 않았는데 내부가 정말 넓고 쾌적해서 깜짝 놀랐다. 몰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태리 콘셉트 건물로 천장은 하늘처럼 되어 있고 내부에 인공 물길도 있다. 돈을 내면 뱃사공이 노 젓는 곤돌라를 탈 수 있는데 노래까지는 안 불러주는 것 같다. 

 

 

 

 

 

 

벨라지오몰 안에는 큰 까르푸가 있어서 제대로 쇼핑했다. 까르푸 밖에는 온갖 브랜드가 다 있어서 여기에서 웬만한 쇼핑은 다 해결할 수 있다. 

 

 

 

 

 

 

프로모션 중인 전자레인지를 129 리얄에 구입했다. 2018년 당시 회사에서는 크루들에게 전자레인지를 지원해주지 않았었다.  (1년쯤 후에 회사가 LG 전자레인지를 줘서 이때 샀던 SHARP 전자레인지는 숙소 엔지니어 아저씨한테 싼값에 팔았다.)

이때 까르푸에서 드라이기도 샀는데 바람도 세고 내구성도 좋아서 카타르에 있는 동안 잘 썼다.

 

 

 

 

 

 

트레이닝 동안 햇반이랑 컵반 돌려먹어야 해서 전자레인지가 꼭 필요했었다. 그래서 사긴 샀는데 부피도 크고 무거워서 집까지 들고 오기 정말 힘들었다. 내 전자레인지를 본 플랫메이트가 같이 써도 되냐고 해서 같이 쓰자고 했다. 얘는 과거를 돌아볼수록 내 물건들을 잘만 써놓고도 고마워할 줄 몰랐던 것 같다. 이러니 스테레오 타입이 안 생길 수가...

 

 

 

 

 

 

 

 

각자 여러 사연을 안고 있는인형친구들까지 세팅하고 나니 집정리가 대충 끝났다. 지금 와서 하는 생각이지만 짐을 쓸데없이 너무 많이 가져간 것 같다. 당장 필요한 옷과 음식 정도면 됐을 텐데. 하지만 저때는 아무것도 몰라서 겁이 많을 때였으니 내 딴에는 비상상황에 최대치로 대비하는 게 최선이었다.

 

 

 

 

 

세탁바구니도 맘에 드는 색깔로 잘 산 거 같아 뿌듯한 마음에 피곤에도 불구하고 빨래를 돌려봤다. 

 

 

 

그리고 이런 대참사를 맞이했지. 샛노랬던 구데타마가 회색이 됐다. 이날 빤 흰색, 베이지색 옷과 양말 모두 회색이 됐다. 원인은 40도로 설정된 세탁기 기본설정 온도였다. 이후로는 꼭 20도로 바꿔서 세탁을 하긴 했지만, 사막나라에서는 물 온도의 디폴트 값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20도로 설정해 놨어도 세탁기는 30도가 넘는 물로 빨래를 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