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말하는 오픈데이(Open day)의 뜻은 다음과 같습니다.
오픈데이 (오픈하우스)
조직이나 기관에서 설비, 서비스, 상품 혹은 활동을 일정 기간동안 대중(외부인)에게 보여주는 것을 말함. 기관에게는 홍보의 기회이고, 대중 또한 기관이 준비한 투어나 프레젠테이션, 시연 등 다양한 활동을 체험할 수 있으며 해당 기관의 일원을 직접 만나 자유롭게 궁금한 점을 묻고 답변을 들을 수 있다. 오픈데이(오픈하우스)를 여는 주최로는 대학교, 사업체, 정부기관 등이 있다.
*본 포스팅에서의 '오픈데이'는 외국항공사의 승무원 채용 방식을 일컫습니다.
중동항공사의 승무원 채용 '오픈데이'
'오픈데이'는 중동항공사(카타르항공, 에미레이트항공 등)가 승무원 채용시 진행하는 '현장 공개 채용'을 말합니다. 면접 전체 과정은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사나흘까지 걸리기도 합니다. 이는 면접장 상황에 따라 (응시자 수, 면접관의 일정 등) 달라집니다.
승무원 준비생 사이에서는 면접 전체를 '오픈데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만, 사실 오픈데이는 CV를 제출(CV Drop)하는 첫날뿐입니다. 오픈데이의 준비물은 CV(영문이력서)입니다. 지원에 결격사유가 없다면 누구라도 지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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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관과 간단한 인사를 주고 받으며 CV를 제출하는 과정은 약 1분 정도로 아주 짧습니다. 하지만 그 1분 안에 면접관의 눈에 들어야 다음날 면접인 '어세스먼트 데이'에 참석할 수 있는 초대장인 '인비테이션'을 받을 수 있지요.
오픈데이 현장 분위기
오픈데이 당일 새벽부터 지원자들은 줄을 섭니다. 수백이 될지 수천이 될지 알 수 없는 경쟁자들이 몰려오기 전에 빨리 CV를 내기 위해서죠. 새벽부터 멋지게 승무원 그루밍을 한 수많은 예비 승무원들이 줄서있는 장면은 쉽게 보기 힘든 진풍경입니다.
오픈데이 시작 시간이 되면 면접관들이 오픈데이 장소(보통 호텔의 컨퍼런스룸/연회장)에 나타납니다. 면접관들이 안으로 들어간 뒤에 문이 열려야 지원자들이 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요. 제가 갔던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오픈데이 장소는 지원자들로 가득차다 못해 밖에까지 줄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습니다. 새벽 6시부터 줄서서 제일 먼저 홀 안에 들어온 보람이 있었죠.
하지만 면접관들이 오픈데이 방식을 소개하고 난 뒤에 지원자들이 다시 홀 밖으로 쫓겨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프레젠테이션 공간과 면접공간이 같은 경우 이런 일이 생기는데요. 들어온 순서 그대로 나가서 다시 줄을 서면 참 좋으련만, 어딜 가나 자기 시간만 소중한 새치기쟁이들이 있게 마련이죠.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어느새 선점했던 자리를 빼앗기고 CV드롭 순서가 한참이나 밀리게 되고 맙니다. (네.. 그게 바로 접니다...)
오픈데이 경쟁률
한가지 다행인 것은 모든 오픈데이가 이렇게 붐비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승무원 직업의 인기가 유독 높은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에서는 지원자 수천명이 몰려 새벽까지 면접을 보는 일도 있다지만, 상대적으로 물가가 비싼 나라나 승무원을 3D 직업(사실 맞음)으로 생각하는 부유한 유럽국가에서 열리는 오픈데이는 경쟁률이 낮다고 합니다. 그래서 경비가 많이 들더라도 먼 유럽까지 오픈데이 원정을 떠나는 승준생들도 있죠.
한국과 가까운 곳에도 상대적으로 면접 경쟁률이 낮은 곳이 있습니다. 바로 '마카오'입니다. 동남아시아 국적 지원자들이 올 법도 한데 마카오의 높은 물가 때문인지 잘 안 오더군요. (심지어 중국본토에서도 잘 안 옴) 그래서 마카오 오픈데이의 지원자 대다수는 한국인 승준생이었습니다. 저도 마카오 오픈데이에서 최종합격 했는데 당시 저와 같이 합격한 사람들이 거의 다 한국인이었을 정도입니다.
CV Drop
다시 면접장으로 돌아가 볼까요?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내부가 면접모드로 정비되면 마침내 본격적인 CV 드롭이 시작됩니다. 넓은 홀 안에 면접관들이 띄엄띄엄 앉아있습니다. 지원자들은 순서대로 비어있는 면접관 앞으로 걸어갑니다. 지원자를 위한 의자는 없으니 당연히 선 채로 CV를 건넨 뒤 면접관이 묻는 질문에 대답하면 됩니다. 물론 인사는 지원자가 먼저 건네는 게 좋겠죠.
면접관은 지원자의 CV를 빠르게 스캔합니다. 하나씩 읽어볼 시간이 없기 때문에 어려운 질문도 없습니다. 면접관이 CV의 경력사항 중 눈에 띄는 것이나 현재 하는 일에 대해 물어보기도 합니다. CV드롭에서는 면접자의 외적인 이미지(외모, 그루밍, 자세, 태도 등)와 짧은 대화를 통해 드러나는 지원자의 성격, 영어(실력, 말투, 톤) 등 보이는 건 다 본다고 봐야겠죠. 면접장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짧은 대화까지 모든 게 합쳐져서 지원자의 첫인상이 되고, 그 첫인상이 CV드롭의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합니다.
면접관과의 케미
CV드롭은 지원자와 면접관 1:1로 보기 때문에 내가 어느 면접관 앞에 섰느냐 또한 중요합니다. 면접관의 성향, 취향에 따라 합격과 불합격이 결정되니까요. 어떤 지원자들은 면접관 정보를 수집하고 공유하며 '깐깐한 이 면접관은 피해야겠다'라든지 '너그러운 이 면접관 앞에 서야겠다'고 미리 정하기도 합니다. 현장에서 누군가가 자기 차례가 되었는데 '너무 긴장되서 그러니 먼저 하실래요?'하고 뒷사람에게 양보한다면 사실 그건 양보가 아닌 전략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진짜 긴장되서 그런 걸 수도 있음.)
CV드롭에서 합격하면 바로 그 자리에서 면접관이 '인비테이션' 종이를 건네줍니다. 초대장에는 다음날 있을 '어세스먼트 데이'의 장소와 시간이 적혀 있습니다. 이 내용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지 말라는 내용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면접관이 아무것도 주지 않고 그만 가보라고 하면 탈락입니다. 허탈하고 아쉽지만 면접장을 나가는 순간까지 바른 자세와 미소를 잃어서는 안 됩니다. 다시는 이 회사에 지원하지 않을 생각이라면 상관 없지만, 다음번에 또 지원할 생각이라면 기억력이 쓸데없이 뛰어난 면접관들을 다시 만나게 될 미래도 염두에 둬야 하니까요.
마무리
지금까지 중동항공사 승무원 채용방식인 '오픈데이'를 소개했습니다. 기억을 되살려 열심히 작성했습니다만 오류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바로 정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위의 내용 외에 '오픈데이'에 대해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로 질문을 남겨주세요. 제가 아는 내용이라면 자신있게 알려드리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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